영화로 보는 ‘리즈시절’ : .

*영화를 보셨다는 전제로 작성하기에 저의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어떤 의견이든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피드백은 항상 환영합니다.*더 많은 글과 평가가 보고 싶은 분들은 왓챠앱에서 jose를 검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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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잉글랜드의 스타 감독 브라이언 클러프를 다룬 영화 <댐드 유나이티드(The Damned United)>를 보고 왔습니다. 평소에 축구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축구에 관심이 없으신 분이라면 이 영화도 그렇고, 이번 포스팅은 건너뛰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리즈시절’을 엿볼 수 있는 영화영화는 두 개의 중심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갑니다. 리즈 유나이티드와 브라이언 클러프 감독이 바로 그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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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시절’이라는 말 한 번 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한 때 잘나갔던 시절을 일컫는 말로,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승승장구하던 리즈 유나이티드가 과도한 투자에 따른 막대한 빚으로 몰락한 데서 유래합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일반인들도 널리 사용하죠.하지만 리즈 유나이티드의 진짜 ‘리즈시절’은 <댐드 유나이티드>에 등장하는 1960-70년대입니다. 돈 레비 감독의 14년간의 지휘 아래 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한 차례, 챔피언스리그와 컵위너스컵에서 각각 1회 준우승을 기록했죠. 하지만 돈 레비 감독이 물러나고, 클러프 감독이 떠나간 이후 암흑기가 찾아왔습니다. 장기 집권하던 감독이 갑자기 떠났을 때 어떤 혼란이 찾아오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이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죠.#영화로 알아보는 브라이언 클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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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인 브라이언 클러프(Brian Clough) 감독은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두고, 매력적인 외모, 화려한 언변으로 축구계에서 매번 화제가 되던 인물이었습니다. 작금의 조세 무리뉴 감독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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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팀을 지휘하는 데 항상 동반하는 수석코치가 있다는 점 또한 같죠. 클러프 감독에게 테일러가 있었다면, 무리뉴 감독에게는 초임 감독 시절부터 함께한 루이 파리아가 있으니 말이죠. 언더독 팀을 맡아 유럽 대회 정상을 이끌었던 경험 또한 닮았습니다. 무리뉴 감독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클러프와 닮았다는 점을 인정하며 그에 대한 존경을 표한 바 있습니다(링크 참조).

브라이언 클러프는 현역 시절에도 제법 괜찮은 선수였습니다. 미들즈브러 FC 유소년 출신인 그는 같은 팀에서 6년간 뛰었는데, 영화에서 그의 찰떡궁합으로 등장하는 피터 테일러와는 미들즈브러 입단 동기였습니다(나이는 피터 테일러가 7살 더 많습니다). 이후 선덜랜드에서 3년간 뛰며 총 274경기에서 251골을 기록한 팀의 간판 공격수였던 그는 국가대표팀에서 잠깐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2년을 쉬었고,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며 1964년 29세의 젊은 나이에 은퇴를 했죠.이듬해인 1965년, 그는 당시 4부 리그 팀이었던 하틀풀 유나이티드 감독직을 맡았습니다. 피터 테일러와 함께 일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더비 카운티,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직을 하는 동안 그가 영입했던 존 맥가번을 만난 것도 하트풀 감독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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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클러프와 테일러는 2부 리그 팀이었던 더비 카운티로 팀을 옮겼습니다. 이 때만 해도 클러프는 스타 감독이라기보다 무명 감독에 더 가까웠습니다. 더비 카운티가 팬이 많은 클럽도 아니며, 2부 리그에서도 하위권이었던 팀이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더비 카운티는 리즈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는 약소 클럽입니다. 이런 팀을 이끌고 클러프는 2부 리그 우승을 이끈 데 이어, 1부 리그 우승까지 달성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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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한 가지 단점이라면,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제3자인 팬들과 언론의 입장에서는 그의 자신감 넘치는 언변과 행동이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구단의 관계자들이나 일부 선수들과는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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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여곡절 끝에 당시 최고의 팀 중 하나였던 리즈 유나이티드의 감독직을 맡는 데 성공합니다. 여담입니다만, 돈 레비의 장기집권 이후 팀을 맡은 브라이언 클롭은 앞서 잠시 언급했던 조세 무리뉴를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장기간 지휘봉을 맡았던 퍼거슨 시대 이후 무리뉴 역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맡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클러프처럼 그가 실패할지, 여태껏 그가 그래왔듯 성공을 이룰지는 두고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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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러프는 리즈 유나이티드를 맡는 과정에서 피터 테일러와의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혼자 팀을 이끌어야 하는 어색함, 고참 선수들과의 끊임없는 갈등, 전임 감독을 성공적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부담감 등으로 44일 만에 경질되었죠. 제목 클러프에게 리즈 재임 시절은 ‘damned(지옥같은)’였던 것입니다. 당시 리즈 유나이티드가 대단한 팀이었는지, 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지는 영화 속 장면(사진 참조)이 잘 설명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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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은 있을 때 잘하지 못하고, 떠나보내고 나서야 후회를 하는 걸까요. 클러프 역시 테일러가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를 여실히 실감하고, 그에게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합니다. 다만 이는 영화의 감동을 배가하기 위한 각색이라고 합니다. 영화 개봉 이후, 클러프의 유가족(클러프는 2004년 사망)이 영화의 일부 장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비판을 했습니다. 이 장면 역시 그들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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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이렇게 마무리되고, 영화는 이후 벌어진 일을 실제 장면으로 대체하며 끝을 맺습니다. 사실 여기까지의 내용만으로는 클러프 감독이 왜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뛰어난 감독으로 평가받는지 납득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클러프는 테일러와 화해한 이후, 2부 리그 팀이었던 노팅엄 포레스트를 맡아 승격을 이루고(1976/77 시즌), 다음 시즌 1부 리그(현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 이듬해부터는 유로피언컵(현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1979, 80년)했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레스터 시티가 우승함으로써 언더독 팀의 기적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레스터 시티는 노팅엄 포레스트에 비하면 세발의 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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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피언컵 우승 이후 1982년 피터 테일러가 더비 카운티 감독이 되어 팀을 떠났지만 클러프는 리그컵 2연패(1989, 90년), 풀 멤버스 컵(잉글랜드 팀들의 유럽대회 출전이 금지되자 일시적으로 열렸던 대회. 1부, 2부리그 팀만이 참가했다) 2회 우승(1989, 92년)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다만, 그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1992/93 시즌 팀은 강등되었고, 그 역시 팀을 떠나며 마무리는 좋지 않았습니다.#<머니볼>와 닮은 꼴의 영화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축구영화는 <골!(2005)>처럼 통쾌한 골이 터지고, 성공을 이뤄내는 축구선수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댐드 유나이티드>는 ‘’ 영화이면서 골 장면은커녕 ‘’하는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성공을 다루는 영화도 아닙니다. 물론 결말은 클러프의 성공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화의 초점은 클러프의 성공이 아닌, 그의 인생입니다. 소재는 축구이며, 공간적 배경은 잉글랜드, 시간적으로는 70년대를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를 보며 <머니볼>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입니다. 야구 영화이면서 야구 장면은 등장하지 않고, 스포츠 영화의 통념을 벗어나 주인공의 성공이 아닌 실패 과정을 다루는 모습이 상당히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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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관객에 대한 배려 정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 <머니볼>은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오클랜드라는 팀을 몰라도, 메이저리그를 몰라도 즐길 수 있으며, 감동이 온전하게 느껴지는 영화죠. 반면 <댐드 유나이티드>는 다소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해외 축구, 특히 영국 축구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으신 분께 어렵게 느껴질 영화입니다. 왜 리즈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한다는 소식에 더비 카운티 감독이 기뻐하는지, 채리티쉴드가 무엇인지, 왜 처음 듣는 팀 이름이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지 혼란을 겪으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소 축구에 관심이 많으신 매니아 분께는 결말까지의 장면 하나 하나가 소중히 느껴질 정도의 수작으로 다가올 작품입니다. 한줄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한줄평 ★★★배경은 영국으로, 소재는 축구로 옮겨놓은 <머니볼>.